사 회 논쟁들

강교수 논란, 학교 이미지 실추가 더 싫어

baromi 2005. 12. 23. 18:01
강교수 논란, 학교 이미지 실추가 더 싫어
학생 개개인에게 미칠 피해 여부가 최대 관심
학교 수업에 비판의식이 생긴 것은 그나마 성과
[ 최옥화 / 2005-10-10 02:00 ] 조회 : 1140 
동국대학교 게시판에서 ‘강정구’로 검색하니 일주일 동안 48개의 글이 나왔다. 하루 평균 7개 정도의 관련 글이 올라온다는 이야기다. 다른 제목으로 올린 내용들을 감안하면 최근 게시판 내용의 50%를 차지하는 정도다. 이는 학교게시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남 일처럼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 조금씩 학교 전체적인 이야기로 퍼지고 있다.

한 중앙 동아리에서도 이 문제로 선후배간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기도 했었다. 처음 학생들간 논란의 쟁점은 ‘학문의 자유냐’ ‘국가체제 부인이냐’ 또는 ‘교수로서 책임 있는 행동이었나’ 등에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학생들에게 너무나 큰 문제였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몇몇 학생들에 의해 ‘강교수 추방운동’이나 ‘강교수 사법처리반대운동’ 등이 벌어지고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단지 귀찮은 문제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분위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김상열부회장이 강교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게 ‘취업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의 발언을 한데 이어 현해 동국대 이사장이 ‘강교수를 면직시키고 싶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김부의장의 발언은 실제 취직하려는 동대생들에게 별다른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동국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동국대생 모두가 강정구교수와 비슷한 이념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지각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전공 교수이기 때문에 “선호를 떠나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강정구교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한 두 과목으로 전체 학생들을 ‘이상하게’ 보는 것도 과한 처사”라며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취업준비생들의 경우는 ‘만에 하나’ 자신의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동국대 이사장의 발언 역시 현재 강교수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수업권 침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근 2달째 강정구교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이제 학생들은 학자적 양심이고 뭐고를 떠나 학교의 이미지가 안 좋아지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학문적인 문제로 공론화하지 못하고 결국 '나에게 피해가 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생들은 어떻게든 이 문제가 빨리 결론이 나고 잠잠해지길 바라고 있지만, 학교나 정치권은 마치 ‘뼈가 든 고기를 입에 머금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한 가지 의미를 찾자면 강정구교수로 인해 발생한 일련의 일들이 지금까지 교수의 수업이 정설인 것처럼 듣고 있던 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거의 무비판적으로 들었던 수업들에 비판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다.하지만, 한편으로는 교수님들이 자신의 소신과 의견을 피력하는 일에 소극적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몇 달 전 위안부문제로 엄청난 논란을 불러왔던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글이나 강정구교수의 글은 결국 학계와 수용자들의 평가에 맡기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최옥화 (동국대 북한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