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어떤 분이라도 이 부분에 대한 하나로님의 부탁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분이 계시기를 바라면서 저의 견해를 먼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무엇보다도 로마천주교회의 번역성경이 기초했으리라고 여겨지는 제롬의 라틴어역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그 번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롬의 벌게이트역>
(참고로 '벌게이트'이라는 말은 라틴어의 vulgus라는 단어에서 왔습니다. 대중, 일반민중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니깐 벌게이트역이란, 일반민중역이라는 뜻입니다)
VUL Genesis
히브리어원문에는 분명한 문장의 구분이 제롬의 라틴어역본에는 없습니다. 아마도 AD4세기의 라틴어사용이 이러했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그 당시의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었던 라틴어를 활용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롬 이후 1000여년이 지난 후인 르네상스때의 라틴어는 약간 변화를 가져옵니다. 정통 라틴어로 복귀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곧 “르네상스”(재생, 혹은 복귀라는 뜻을 가짐)였기도 합니다. 이 말은, 제롬의 라틴어는 정통 라틴어에서 상당히 문법적으로 타락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정통 라틴어란, 키케로 같은 사람들의 문장을 모범으로 삼는 라틴어의 정형으로 여겨지는 라틴어를 말합니다. 곧 르네상스 당시의 종교개혁자들의 라틴어사용도 거의 천년동안 유지되어 왔던 중세교회의 라틴어문법에서 보다 고대의, 보다 정통적인 라틴어사용으로 복귀하고, 때로는, 이런 복귀로 인하여 라틴어사용에 대한 논란들이 야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형식상, 문법상의 시대적인 변화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제롬의 오역입니다. 위에서 보면 아시겠지만, enim이라는 단어를 그는 넣고 있습니다. 한글로는 "왜냐하면"이라는 인과를 설명하는 단어입니다. 곧 제롬은, 히브리어원문의 앞문장과 뒷문장을 인과관계로 파악해서 이 단어를 잡아넣습니다. 그래서, 네피림들이 그 당시에 존재한 이유로서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들의 딸들의 성적인 결합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그의 해석에 근거해서, 로마천주교의 한글번역이 시도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오역인 것은, 바로 구약성경의 히브리어를 헬라어로 번역한 70인경(LXX)에서는 이 구절을 결코 인과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병행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καί μέτα εκεινο 라는 말로 번역된 것이 그것입니다. 영어로는 and after that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제롬의 번역이 오역임을 70인경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70인경의 해석을 반영해주는 것이 다음에 소개하는 칼빈의 라틴어번역입니다. 구둣점이나, 앞문장과 뒷문장 사이의 연결을 나타내는 : 표시나, 연결사의 사용(예, et) 그리고 관계대명사의 활용(예, qui)이 적절해서, 그 번역된 문장의 뜻이 분명합니다.
<칼빈의 번역>
Gigantes(거인들이) fuerunt(있었다) in terra(땅에) in diebus illis(그 당시에): et(그리고) etiam(또한, 여전히) postquam(후에) ingressi(시작) sunt(이다) filii Dei(하나님의 아들들) ad(~으로) filias hominum(사람의 딸들), genuerunt(낳았다) eis(~으로): isti(그들이) sunt(이다) potentes(용사들), qui(관계대명사: 그들이) a saeculo(고대로부터) fuerunt(이다) viri(장부) nominis(유명한).
두 번역본을 비교해 보면, 첫째) 동일하게 postquam(후에)라는 단어를 가지고 히브리어원본에 있는 <아하레이 켄 아쉐르>를 번역하였는데, 제롬의 번역은 이 postquam이 앞문장에 붙는지 뒷문장에 붙는지 분명치 않게 해 두었습니다. 반면 칼빈의 postquam은 그것이 뒷문장에 붙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해두었습니다. 또한 그것이 히브리어문장구조에 딱 들어맞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둘째) 히브리어문장의 제일 뒤에 나오는 “용사”(potentes), “장부”(viri)같은 단어들을 제롬이나 칼빈이 동일하게 사용하지만, 칼빈의 번역이 제롬의 번역보다 아주 분명합니다. 바로 관계대명사(qui)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제롬의 번역은 애매모호합니다. 히브리어원본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엉뚱한 해석이 나올 수 있도록 그렇게 애매모호한 번역인 셈입니다.
제가 결코 이런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이 창세기6장4절의 해석은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전체를 해석하거나, 혹은 세계관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이 구절을 잘못 해석함으로 인하여, 너무나도 많은 이단들이 발생했고, 지금도 이 구절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해서 이상야릇한 얘기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로님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들기 때문에, 저의 시간을 이렇게 투자합니다.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홀리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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