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회 논쟁들

노무현 대통령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이모저모

baromi 2006. 3. 24. 09:47
노무현 대통령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이모저모
[동아일보   2006-03-23 15:51:04] 
[동아닷컴]

누리꾼들과 순발력 테스트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자리에 나오자마자 사회자와 패널로 나온 누리꾼들로부터 “질문도 10자, 대답도 10자”로 하는 순발력 테스트를 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의 비법은요”라는 누리꾼의 질문에 “모두 함께 풀어봅시다요”라고 즉답했다.

이어 “세금 안내곤 살수 없나요”라는 물음에는 “아주 힘이 센 사람이라면 가능하겠죠”라며 부연설명을 붙였다.

노 대통령은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국가로부터 혜택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강해야 한다. 약한 사람일수록 세금을 내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이 여자라면 셋째 낳겠어요”라는 가정주부의 질문에는 “딸에게 낳으라고 했지요”라고 답했다.

 

“요즘은 댓글 달지 않습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도 누리꾼이죠”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좀 된다”고 대답했다.

이어 “국정브리핑에 격려 차원에서 댓글을 달기도 했다”며 “그러나 댓글 내용에 따라 시비가 되기도 해서 요즘은 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작 20여분 만에 포털 사이트 수백 개씩 댓글 붙어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생중계한 네이트, 다음, 야후, 엠파스, 파란 등 5개 포털사이트에는 시작한지 20여분 만에 수백 개의 댓글이 붙었다.

누리꾼들은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공무원을 개혁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경제회복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달기도 했다. 또 ‘세상 참 좋아졌다’,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생중계 중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준기, 진짜로 잘 생겼네…”

○…노 대통령은 특별패널로 참여한 영화 ‘왕의 남자’의 배우 이준기 씨가 스크린 쿼터 축소 논란에 대해 질문을 하자 “영화에서만 매력적인지 알았는데 실물도 아주 잘생겼다. 지금도 관객이 늘어나고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씨의 이름이 영화 속 주인공 ‘공길’과 헷갈렸다며 “스타가 스타를 알아봐야 하는데…”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스크린 쿼터 축소가 미국에 대한 굴복이라는 말도 있다”는 이 씨의 질문에 노 대통령은 “오히려 제가 물어보고 싶다. 한국영화가 영화 시장에서 4~50% 점유율을 지켜낼 자신이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얼마 전에 (아프리카 순방 중에) 이집트에서 우리 드라마를 봤다. 멕시코에서도 우리 드라마를 하고 있더라”며 “우리가 자신이 있으면 당당하게 나가자. 미국에 대해 꿀리지 않는 대한민국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도 인터넷에서 박살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댓글정치라는 화제를 낳았다”는 누리꾼의 질문에 “아침에 30분, 저녁에 30분~1시간 인터넷에 접속한다”며 “대부분을 국정브리핑에서 보내고 연합뉴스에서 제공하는 맞춤 화면, 몇 개 큰 포털 사이트에 청와대 블로그를 둘러본다”고 말했다.

요즘 인터넷 동향에 대해서는 “옛날에는 노무현 지지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제는 저도 인터넷에서 박살나고 있다”며 “그래도 인터넷에 대해 많이 이해한다고 자부한다. 누리꾼 당을 만들면 저도 당원으로 끼워달라”고 말했다.

또한 “일반 누리꾼들이 접속하는 일반 웹 사이트에는 못간다”며 “전체 흐름을 분석해서 취합 보고를 받기 때문에 직접 서핑 할 필요가 없고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녀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

○…“손녀와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시다고 들었다”는 누리꾼의 질문에 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손녀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농촌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던데 사랑스러운 손녀를 다시 불러들이는 방법은 고향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라며 “개구리, 올챙이, 메뚜기가 뛰놀면 지가 어디 가겠냐”고 말했다.

 

누리꾼에게 책 소개

○…노 대통령은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서는 재야학자 배기찬 씨의 저서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를 소개하며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다. 분석이 상당히 잘 돼 있다”고 칭찬했다.

노 대통령은 “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의 본질적 구조를 분석하고 오늘의 현실과 대조해서 설명하는데, 100% 맞는 것은 아니만 사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좌파 같기도 하고 신자유주의자 같기도 하고, 때로는 미국에 굴복하는 것 같기도 할 것”이라며 “이 책을 읽어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 정보 교환 수준 높아져야”

○…노 대통령은 이날 대화를 마치며 “이젠 누리꾼이 사회의 방향성을 바꿀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논쟁이나 정보교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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