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질문자료

서원은 꼭 지켜야 하나요?

baromi 2008. 10. 7. 16:17
사람들은 자신에게 전혀 거짓이 없음을 말하려 하거나, 틀림없이 약속을 지킬 것을 보증하기 위해 맹세를 하는 일이 있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 사회에는 맹세가 매우 흔하게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맹세를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하나님을 들어 맹세하기도 했다. 예수님께서는 맹세가 남용되는 것을 보시고, 모든 형태의 맹세를 금하시면서 “도무지 맹세하지 말지니 하늘로도 말라 이는 하나님의 보좌임이요 땅으로도 말라 이는 하나님의 발등상임이요 예루살렘으로도 말라 이는 큰 임금의 성임이요 네 머리로도 말라 이는 네가 한 터럭도 희고 검게 할 수 없음이라”(마 5:34~36)고 하셨다.
 
그러나 성경에는 사도 바울의 서원을 비롯하여 수많은 서원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서원은 맹세와 어떻게 다르며, 우리는 서원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1. 서원(誓願)의 의미
 
서원이란 요구되지 않은 선행을 하나님께 엄숙하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약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의 선행이란 하나님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몸, 특정한 예물 등을 바치는 것, 또는 특별한 행동을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엄숙한 약속이란 점에서만 보면, 맹세와 서원은 다를 것이 없다. 맹세는 계약 당사자들이 희생 제물을 동반하여 가지는 계약성 맹세(창 15:10,17), 종교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허물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서약하는 순결 증명성 맹세(민 5:11~31), 법정에서의 증거부족을 보충하기 위한 법률적 맹세(출 22:10,11), 사업상의 맹세(왕상 2:43), 충성을 다짐하는 맹세(전 8:2)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맹세는 주로 사람을 상대로 한 약속인 반면, 서원은 하나님을 상대로 한 약속이다. 그리고 맹세는 강요될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서원은 항상 자발적이라는 점에서 서로 구별이 된다.
 
2. 서원의 동기
 
사람이 서원을 하게 되는 동기는 보통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나 도움을 받기 원하는 경우다. 하란으로 가던 도중 광야에서 밤에 사닥다리를 오르내리는 여호와의 사자를 만난 후, 여행길에서 무사히 돌아오게 하시면 여호와로 자기의 하나님을 삼고 그곳에 하나님의 전을 지으며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겠다고 한 야곱의 서원(창 28:20~22), 암몬 자손과의 싸움에서 이겨 평안히 집으로 돌아오게 하시면 자기를 영접하는 자를 여호와께 번제로 드리겠다고 한 입다의 서원(삿 11:30), 성전에 올라가서 아들을 주시면 그 아들을 평생 여호와께 드리고 그 머리에 삭도를 대지 않겠다고 한 한나의 서원(삼상 1:11),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게 하시면 여호와를 섬기겠다고 한 압살롬의 서원(삼하 15:8) 등이 이러한 동기에서 나왔다.
 
둘째는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나 특별한 헌신을 표하려는 경우다. 평생 동안 구별된 삶을 약속한 삼손(삿 13:5)과 사무엘의 서원(삼상 1:11), 여호와의 성막을 발견하기까지는 침상에 오르거나 잠을 자지 않겠다고 한 다윗의 서원(시 132:2~5), 집안 전체가 대대로 포도주를 마시지 않겠다고 한 레갑 자손들의 서원(렘 35:6), 포도주나 소주를 마시지 않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었던 세례 요한의 서원(눅 1:15),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깍았던 바울의 서원(행 18:18) 등이 이러한 동기에서 나왔다.
 
둘째 유형의 서원은 나실인들에게서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나실인, 즉 하나님께 특별한 서원을 한 남자나 여자는 반드시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주신 명령을 따라서 구별된 생활을 해야 했다(민수기 6:1~12). 포도 열매로 만든 음식이나 음료를 먹지 않는 것,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길게 자라게 하는 것, 부모 형제 자매가 죽은 경우에라도 시체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것, 부정하게 여기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행 10:14, 레 11장 참조)으로 대표되는 구별된 생활은 세속적인 것은 멀리 하고 오직 하나님께만 헌신할 것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3. 서원의 기간
 
서원은 평생 동안 계속되는 경우와 일정한 기간 동안에만 한정되는 경우가 있다. 삼손과 사무엘은 평생 동안 서원을 지켰다. 레갑 자손들은 대대로 서원을 지켰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일정한 기간 동안만 서원을 지켰고, 입다의 서원은 딸을 번제로 드리는 순간으로 지켜졌다.
 
특별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서원을 하면, 그 서원은 보통 30일 동안의 서원을 의미했다. 만일 서원의 기간을 연장하려 할 때에는 30일 만에 삭발을 하고, 다시금 30일 동안의 서원을 계속했다. 때로는 100일 동안의 서원도 있었고, 몇 세에서 몇 세까지 또는 이곳에서부터 저곳에 도착하기까지 식의 서원도 있었다. 이 경우에는 7년 이상 긴 기간 동안의 서원이 되기도 했다. 서원 기간 동안에 서원의 내용을 어기면 그 서원은 무효가 되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 했다.
 
4. 서원의 이행
 
서원은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약속이다. 그러므로 서원을 하지 않는다 해도 전혀 잘못될 것이 없다. 서원은 즉흥적 판단이나 감정에 따라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 서원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신중한 자세로 기도하며 준비하는 과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번 서원한 것은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이든 반드시 지켜야 한다(신 23:21~23, 전 5:4). 심지어는 지난날 한 번 마음에 서원을 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비록 내게 해가 되는 일이 있을지라도 서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시 15:4). 그래서 전도자는 말하기를, ‘서원하고 갚지 아니하는 것보다 차라리 서원을 하지 아니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고(전 5:5), 잠언의 저자는 “함부로 이 물건을 거룩하다 하여 서원하고 그 후에 살피면 그것이 그물이 되느니라”고 했다(잠 20:25).
 
서원을 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거나, 미루려고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신하려고 하는 것은 죄가 된다. 하나님의 이름과 영광에 큰 손상을 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서원자가 자신이 서원한 것을 반드시 이루도록 요구를 하신다(신 23:21). 민 30:2에서는 서원을 “마음을 제어한다”고 표현했는데, 이 말은 본래 서원을 지키지 못하면 생명을 잃게 될 것을 배경으로 생겨나온 말이다. 그러므로 서원은 생명을 걸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서원 의무를 지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말씀을 하신 일이 있다.(막 7:7~13)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서원 이행 그 자체를 부정하신 것이 아니라, 당시의 유대인들이 부모에 대한 의무를 게을리 하기 위해 하나님께 드린다는 서원(유대인들은 이것을 고르반이라고 불렀다)을 악용하던 사실을 지적하신 것이었다. 즉,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왜곡된 유전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해서는 안 될 것을 교훈하신 것이다.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않거나 채식만 하기로 하는 등 특별히 성별된 생활을 하기로 한 서원, 소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등의 서원, 헌금이나 몸이나 시간을 바치겠다고 하는 등의 서원, 목회자나 특별한 사명을 위해 헌신을 하겠다는 등의 서원. 하나님 앞에 엄숙하게 맺은 이 모든 서원들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서원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다음과 같은 예외도 있다.
 
5. 서원의 취소와 대치(代置)
 
민수기 30장에는 서원의 취소가 가능한 사례들이 나와 있다. 첫째는 어린 여자가 아버지 집에 있을 때 서원을 하였으나, 아버지가 그 서원 사실을 알고 허락지 않는 경우이고(30:5), 둘째는 미혼 여자가 결혼 전에 서원을 하였으나, 결혼한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 허락지 않는 경우이고(30:8), 셋째는 남편이 있는 아내가 서원을 하였으나, 남편이 알고 그 서원을 허락지 않는 경우이다(30:12).
 
서원의 취소는 가장(家長)으로부터 구속을 받지 않는 과부나 이혼 당한 여자를 제외한 여자들의 경우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여성을 차별했기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버지나 남편으로 대변되는 가장이 영적 권위를 가지고 집안의 영적 관리자가 되어야 할 것을 원하셨기 때문에, 이런 예외를 허락하셨다. 가장의 영향을 받는 여자들의 서원이 취소가 가능하게 한 것은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신랑으로 비유된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맺고 풀리고 다스려져야 할 것에 대한 그림자적 예표이기도 하다.
 
한편, 레위기 27:1~34에는 하나님께 아주 바친 경우가 아닐 때 서원을 대체해서 이행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사람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한 서원에 대해 20~60세 남자는 은 50세겔, 여자는 은 30세겔, 5~20세 남자는 은 10세겔, 같은 나이의 여자는 은 3세겔, 60세 이상 남자는 은 15세겔, 같은 나이의 여자는 은 10세겔, 매우 가난한 사람은 그 형편대로 돈으로 계산하여 대신 갚도록 했다. 또 생축을 드리기로 서원하였으나 그 생축이 부정하여 하나님께 드리지 못할 경우 그리고 부동산의 경우에도 각각 그것에 해당하는 값으로 대신하여 서원을 갚도록 했다(9~25). 그러나 이것은 서원의 취소가 아니라, 서원 이행 방법의 효용성을 높인 대체수단에 불과하다.
 
아무나 서원을 하지는 않는다. 누구보다도 더욱 경건하게 살아보려고 하는 사람이나 하나님께 특별한 소원을 가진 사람이 주로 서원을 한다. 그러나 서원은 실수나 즉흥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서원을 하기 전에 많은 준비와 기도가 있어야 한다. 가장(家長) 또는 가장처럼 의지할 수 있는 영적 지도자와 상담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번 하나님께 드린 서원은 비록 상황이 바뀌고, 해가 되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반드시 지킴으로서 하나님의 영광과 이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회와신앙  박일민 교수(칼빈대학교 신학대학원장·조직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