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배찬양자료

[스크랩] 예수 마을, 교회

baromi 2006. 11. 28. 07:43

 감사주일날 저녁, 문학의 밤 "가을 이야기"에서 나눈 시입니다. 제가 이 곳에서 섬기는 교회가 예수마을교회인데, 교회로 시를 한편 지어달라고 해서 짓게 되었어요. 쓰면서도 지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떠올라 눈물이 나던 시인데, 시를 낭송하면서 함께 눈물 흘렸답니다... 우리는 알거든요. 이 시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 시 곳곳에 지체들의 얼굴이 있거든요...ㅠ.

 말씀으로, 삶으로 복음의 귀한 것을 증거하시는 목사님, 분주한 삶 속에서 교사로, 두 아이의 엄마로, 며느리로, 사모로 살아가면서도 늘 감사하시는 사모님, 교회 안팎을 돌보시며 주일이면 직접 캔 고구마를 삶아 주시는 권사님, 자전거를 타고 와서 청소하고 성가대서고 운전하고 주일학교 봉사에다, 식당봉사까지 하는 형제들, 자매들...

 우리 교회를 멀리서 바라보면 오렌지 첨탑이 눈에 띄겠지만 실은 그 위에 낮에는 보일듯 보이지 않지만 밤이 되면 붉게 빛나는 십자가가 우리 교회의 정체성입니다. 감동적인 것은 시가 아니라 지체들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양무리마을에서도 나눕니다. 붉은 십자가에 감동하는, 날마다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살아가는 귀한 지체들이 이 곳에서도 손길로, 발길로 생동하고 있음을 증거하고 싶어서요.... ^-^

 

***

 

예수 마을, 교회


박윤지


오렌지 첨탑이 아니라오.

불붙듯이 붉고 붉은 십자가라오.


새들도 깃들이는 나무들을 지나

서리태 성성한 밭길 너머로

자전거들이 빼곡한 흙바닥 밟고

층층히 올라가는 발길, 발길.


분주한 부엌에선 마늘을 까고

텃밭 흙 밑에선 고구마를 캐고

차가워진 운전대를 잡다가

어느새 식탁을 닦는 손길, 손길.


마주 잡은 손 사이로

마주 보는 얼굴 사이로

붉디 붉은 십자가가 날마다 떠오르는


오렌지 첨탑이 아니라오.

우리교회는,

지나가는 새들도 따스이 깃들이는

붉고 붉은 십자가라오.


(2006. 11. 6)

출처 : 양/무/리/마/을
글쓴이 : Luc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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