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제자료

권위와 복종

baromi 2011. 9. 16. 23:08

권위와 복종


임경근

많은 사람들은 품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동의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순종이 좋긴 하지만 아이들이 자원하는 마음으로 순종하기까지 참고 기다려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순종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하도록 돕는 것이 최상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순종의 대상인 권위자도 권위에 순종하도록 스스로 요구하게 되면 권위주의에 빠지게 된다고 염려한다. 권위는 철저하게 아래로부터 인정된다는 차원에서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들에게 순종하고 복종할 것을 스스로 요구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형태의 권위를 교육하게 될 것이라고 염려한다. 강요된 순종과 복종은 문제가 많다. 역사 가운데 등장했던 수많은 독재자가 저질렀던 경험을 보면 알 수 있다. 동양의 유교적인 서열관계에서 요구되는 부정적 복종과 순종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복종과 순종을 훈련하게 되면 강자에게 약자가 고분고분 머리를 숙이는 자세를 가르치게 될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무비판적이고 창의적이지 못한 인간으로 자라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좀 더 꼼꼼히 생각해 보면 이 생각에 함정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먼저 권위는 아래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온 것이다. 권위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아니 최초의 권위는 하나님 자신이다. 하나님은 스스로 명령하시자 온 세상이 창조 되었다. 최초의 사람들에게도 당신의 권위로 명령하셨다. 그 권위는 아래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임한 것이다. 하나님이 위임하시는 권위도 동일하다. 하나님이 주신 권위가 아니면 아무도 권위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이집트의 왕과 바벨론의 왕과 세상의 모든 나라의 왕과 대통령은 하나님이 부여 해 주신 권위를 가지고 세상을 통치한다. 민주적 절차를 따라 선출된 대통령이지만 이 권위는 백성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허락하신 권위를 가진다. 세상의 모든 권위는 하나님이 주신 권위이다. 

그러므로 권위자는 결코 자기에게 주어진 권위를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많은 독재자들과 악한 왕들은 그 권위가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세상의 권위자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위를 행사해야 한다. 권위자들은 겸손해야 한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권위를 행사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다스릴 권위를 부여 받았다. 이 권위는 위로부터 온 것이다. 자녀들이 부모의 권위를 인정할 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전에 하나님이 주신 부모의 권위가 있다. 이것을 혼돈하면 자녀들을 훈련하는데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권위 아래 있는 자들은 그 권위가 위에서 온 것임을 인정하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순종하고 복종해야 한다. 권위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권위는 순종해야 하는 사람이 순종할 때 권위가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권위 자체는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므로 한 개인이 순종하지 않아도 권위자는 권위를 가진다. 예수님의 권위는 하나님이 주신 고유의 권위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을 버리고 십자가에 죽이셨지만 예수님의 권위는 손상당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진리를 배척하지만 진리의 권위는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다. 자녀가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모의 권위가 없어지지 않는다. 단지 순종과 복종이 없음으로 하나님이 허락하신 좋은 관계를 누리지 못할 뿐이다. 권위는 인정할 때 아름답다. 

순종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순종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은 진보적인 생각 같지만 매우 무책임한 생각일 수도 있다. 아이 스스로에게 권위에 순종하고 복종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이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일 수 있다. 물론 아이가 점점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하도록 훈련시켜야 하는 것은 옳다. 그렇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에게 훈련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너무 낙관론적인 생각이다. 아이들을 순종하도록 훈련하지 않으면 순종도 아니고 불순종도 아닌 중간 지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순종하도록 가르치지 않으면 그 아이는 부모가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불순종하도록 훈련되고 있다. 불순종은 특별히 훈련시키지 않아도 배운다. 왜 그런가? 인간은 죄인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책임 질 수 있는 어른은 스스로 순종하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순종은 강요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어른이 다른 어른에게 권위에 순복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다. 어른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스스로 순종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은 부모의 직무유기에 속할 수도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순종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나님은 부모에게 권위를 허락하셨다. 그러므로 부모가 자녀들의 행동과 그 양육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위임 받은 권위에는 책임이 따른다. 주어진 권위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질책을 받을 것이다. 자녀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떻게 되는가는 상당 부분 부모의 책임이다. 어른이 되기 전에 어릴 때부터 부모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을 훈련 받은 자녀는 평생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고 순종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세상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도 쉽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 교회에서 인도자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 직장에서 상관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순종 훈련을 잘 받은 아이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와 하나님이 주신 권위에 순종하도록 훈련 받지 않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하나님을 섬기는데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