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훈 목사. 월간<교회와신앙> 미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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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론
- 스웨덴의 종교가 엠마누엘 스웨덴보그(Emanuel Swedenborg, 1688-1772, 이름의 스웨덴어식 발음은 ‘스웨덴보리’)의 종교 사상을 ‘스웨덴보그주의’(Swedenborgism)라고 하며, 스웨덴보그의 사상을 추종하는 자들을 스웨덴보그주의자(Swedenborgians), 그들의 교회는 자칭 ‘새교회’(the New Church) 또는 ‘새예루살렘교회’(the New Jerusalem Church)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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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보그주의는 기성교계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 대부분의 정통교회들이 미처 이단으로 인식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주 한인교회들 중에도 뉴욕의 M교회 등 스웨덴보그 신봉주의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교회에도 이미 침투한 것으로 추정된다.
- 유럽 계몽주의 과학자요 철학자였던 스웨덴보그의 사상은 매우 지적, 명상적, 사색적이면서도 다분히 신비적인 것이 특징이다. 표면상 스웨덴보그 신봉자들을 기성교회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겉으로는 거의 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숨은 존재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교세를 넓혀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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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렌 켈러는 스웨덴보그 추종자
- 스웨덴보그를 모르는 사람도 아마 헬렌 켈러 여사는 잘 알 것이다. 스웨덴보그의 열렬한 신봉자였던 켈러는 시청각 장애를 극복한 저명인사였기 때문에 스웨덴보그주의자들과 새교회의 명예와 주가를 높여 주었고 새교회가 간판과 같이 내세우는 인물이다. 켈러가 온 세계의 존경을 받은 점은 새교회가 ‘올바른 교회’로 자처하는 명분이 되어준 셈이다. 그러나 평소 켈러여사를 모범적 크리스천으로 존경해온 사람들도 이 글이 끝날 즈음엔 그녀가 참 크리스천이 아닌, 단지 이단 교리의 추종자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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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의 선구자 스웨덴보그
- 엠마누엘 스웨덴보그는 1688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루터교회 감독겸 신학교 교수였다. 스웨덴보그는 이미 4~10살 때까지 하나님과 구원, 영적 체험에 관해 얘기하곤 하여 부모가 “너를 통해 천사가 말하나 보다”할 정도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그런 점을 영특하게 여겼으나 어머니는 좋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자 스웨덴보그는 56살 때까지 더 이상 영적 체험을 좇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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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보그는 당대 최고 학문을 습득했다. 웁살라대학교 재학 시절, 그는 시문학에도 재능을 보였지만 특히 수학과 기계학에 열정을 쏟으며 교수들에게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 즈음 그는 친구인 크리스토퍼 풀하임의 여동생을 연모했으나, 풀하임의 아버지가 교제를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 쪽의 지나친 수줍음으로 둘 사이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 21세이던 1709년, 스웨덴보그는 대학 졸업과 함께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유럽 각국을 여행했다. 그는 외교학에 입문하기 바라는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과학을 택했다.
- 1716년 친구 풀하임의 도움으로 국왕에 의해 스웨덴광업대학 분석관으로 임명된 스웨덴보그는 1718년 이래 특이한 기계를 발명하는가 하면, ‘자연물의 제 1원리’, ‘두뇌’, ‘동물왕국의 경제’, ‘합리적 심리학’ 등의 저서를 줄이어 써냈다. 그중 ‘자연물의 제 1원리’는 일종의 진화론을 논한 것으로, 찰스 다윈이 철저히 탐독한 책이며 ‘종의 기원’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저서이다. 즉 진화론은 이미 다윈 이전 스웨덴보그에게서 배태됐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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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44년부터 스웨덴보그는 이른바 ‘영적 환상의 계시’를 받기 시작하면서 35권의 책을 줄이어 저술한다. 이 35권의 ‘해설서’는 추종자들에 의해 성경과 맞먹는 권위의 책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3년 후인 1747년 그는 관직에서 물러난다. 1766년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스웨덴보그는 “주님이 손수 오셔서 내가 쓰는 글들을 계시하신다고 엄숙히 증언할 수 있다”며 “예수께서 새교회의 진리를 말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1772년 3월29일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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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보그주의의 주요 교리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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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 대부분을 상징으로 해석
-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스웨덴보그는 성경을 ‘인간 이성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삼기 위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되도록 상징으로 처리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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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자면 극단적인 상징주의적 성경 해석자라 할 수 있다. 즉 성경 대부분을 풍유적 상징법(Symbolism)으로 해석하고, 실제 역사적 의미로 파악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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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성경 인물의 생애조차도 그에게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줄 뿐이다.
- 그는 창세기 1~11장을 사실이 아닌 인간의 점진적, 영적 진화에 대한 상징으로 보며, 기타 성경도 대부분 같은 선상에서 해석하고 있다. 그는 “우주의 창조자가 나타나서 내게 직접 성경의 영적 의미를 전해 주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창세기에 나타난 천지창조 사건을 부인함으로써 자기 모순에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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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보그의 신론
- 스웨덴보그가 성삼위론을 강조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그의 성삼위론은 성경과는 매우 다르다. 우선 그는 영을 기(氣-ether)나 바람으로 보고, ‘하나님=영’의 신앙을 ‘공허한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하나님 자신이 직접 땅에 오셨고 그의 몸이 ‘아들’이며 그의 영원한 혼은 ‘성령’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이런 교설은 성삼위일체 교리라기보다 단일신론적 양태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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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보그에 따르면, 하나님은 신적인 사랑과 지혜이신 신적 인간(Divine Man) 곧 예수이며, 그리스도의 몸은 ‘무한한 사랑’, 보혈은 지혜와 진리를 상징한다. 또 예수 그리스도는 영적으로 재림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여호와의 증인’들의 “영적 재림설”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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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세론과 인간론, 구원론
- 스웨덴보그는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모습 중 사랑과 지혜만을 강조한다. 즉 사랑의 하나님은 결코 심판하지 않으시고 지옥 형벌을 주지 아니하시므로, 지옥에 가고 안 가고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누구나 자기 선택에 따라 즉 옳다고 믿은 바를 행하면 다 천국에 가게 된다고 말해 일종의 만인구원설 내지 보편구원설에 가깝고, 모든 타종교를 용허하는 셈이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지옥의 개념을 부정하는 여호와의 증인들과 안식일교가 스웨덴보그와 유사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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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또 인간은 날 때부터 악하게 태어나지 않고 다만 악의 성향을 띠고 날 뿐이요, 행위보다는 자신의 의지로 어떤 인간이 됐는가에 따라 판단을 받으며, 하나님은 자유롭게 널리 용서하시되 자유의지까지 허용하신다고 하여 자유의지의 중요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보그는 쟝 깔벵(칼빈)의 절대예정론 따위 교리를 전혀 거부한다.
- 그는 자신의 ‘체험’에 근거했다는 책 ‘천국과 지옥’에서 천국은 지상과 똑같은 모습이요, 우주계의 태양과 같은 크기인 천국의 ‘태양’이 바로 그리스도 자신이며, 그 빛과 불이 곧 사랑이요, 구약의 불도 다 사랑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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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에도 있는 결혼”
- 스웨덴보그의 ‘천국 결혼관’은 결정적인 이단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는, 진정한 결혼의 사랑은 영원하며, 천국에도 남녀간의 혼인이 있어 자녀를 두고, 지상에서와 똑같은 유의 일들을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천국에서는 시집도 장가도 아니가고 천사와 방불하다는 예수의 말씀에 전면 배치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스웨덴보그의 이 ‘천국 결혼관’은 육체를 제외한 영적 존재인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며 선과 진리의 합일(合一)이라는 애매모호한 상징적 개념이 결부돼 있어 상당히 난해하기까지 하다. 스웨덴보그의 책 도처에서 성경 본문 인용은 극히 드물고 자기 나름의 이성적인 영해에 도취되고 있는 점이 발견된다.
- 스웨덴보그는, 또 인간은 죽음을 통해 저편 세계에서 깨어나 천국과 지옥의 중간지대인 영들의 세계에서 자기 선택을 따라 양쪽으로 여행을 시작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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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그의 사상을 볼 때, 스웨덴보그는 자신이 상상하는 이성적 하나님과 자신의 ‘기독교’를 창조해 낸 것이지, 성경을 바로 해석했다고 볼 수 없다. 스웨덴보그의 사상 중 상당량은 후대의 주요 이단들과 뉴에이지 운동의 우주종교 사상 등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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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렌 켈러의 종교 사상
- 눈과 귀의 장애를 극복하여 유명해진 고 헬렌 켈러 여사의 저서 ‘나의 종교’(My Religion)는 거의 전적으로 스웨덴보그의 생애와 주장, 그에 대한 찬사로 일관된 책이다. 따라서 사실상 스웨덴보그의 교설을 성경보다 더 받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그녀 역시도 스웨덴보그의 책을 주로 인용하며 성경구절은 거의 인용하지 않는다. 켈러는 13살 나던 1893년 당시, 구약의 하나님은 쉽게 분노하고 사람을 벌하므로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다가 스위스 총영사 요한 히츠를 만나 스웨덴보그 사상을 접하고 거기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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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스웨덴보그가 진노와 심판의 하나님이 아닌 사랑의 하나님만을 강조하는 데 크게 만족하고 성경도 다시 좋아하게 된다. 그녀는 결국 성숙한 후에도 조나단 에드워드가 강조한 하나님의 공의와 지옥 교리, 오직 믿음에 의한 구원, 예정설 등 정통교리를 ‘야만적’이라고 규정했고, 순금으로 된 천국길도 ‘미련한 교리’라고 믿었다.
- 켈러는 스웨덴보그를 마틴 루터나 웨슬리보다도 더 위대한 새시대의 전령으로 받들고, 요한계시록은 스웨덴보그에 의해 비로소 ‘인봉이 열린 책’이 됐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또 “마호멧은 우상을 제거한 위대한 선지자로 그가 세상에 난 것은 하나님의 섭리였다”고 주장, 종교다원적인 면모도 엿보인다. 켈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스웨덴보그의 사상 이외의 여타 전통 교리를 이단시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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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세와 포교
- 스웨덴보그 사상에 기초한 첫 교회는 1787년 영국 런던에 세워졌고, 미국에는 1792년에 세워졌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의 ‘새교회’들이 이와 별개의 새예루살렘성회(the General Church of New Jerusalem)를 1890년에 창설했다.
- 스웨덴보그주의자들은 세계 각처에 협회와 선교기관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체로 미국 또는 영국의 새교회협의회(the Conference of the New Church)에 소속돼 있다. ‘새교회’는 스웨덴보그의 35권 해석서를 ‘계시’로 보고, 성경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있어 매일의 삶에 실제적이고 확고한 지침서가 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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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스웨덴보그의 이 ‘저작물들’(the Writings)이 “성인을 위해 성숙된 언어로 쓰인 글”이라며 요 16:12~13이 이 저서들에서 성취됐다고 본다. 스웨덴보그가 하나님께 특별히 택함 받아 성경의 심오한 영적 의미를 계시했다고 믿고 그를 성경의 ‘가려진 진리’에 대한 최종 해석가로, 가장 위대한 선지자로 여긴다. 그러나 그들의 교리서에서 성경을 직접 인용하는 일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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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보그에 영향받은 사람들
- 찰스 다윈과 헬렌 켈러 외에도 미국의 저명 문인 랄프 왈도 에머슨, 의사 레이몬드 무디, 미 전역에 사과나무를 심고 다닌 존 ‘애플시드’ 채프만, 영국 빅토리아 시대 여류시인 엘리자벳 베렛 브라우닝(로버트 브라우닝의 아내), 말년을 방탕하게 보낸 프랑스 작가 발자크 등 주로 엘리트들이 이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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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 스웨덴보그의 방대한 저서를 다 비평할 수 없어 특히 문제시되는 중심 흐름의 극히 일부만을 이상 간추려 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스웨덴보그의 새교회는 극비리에 한국인에게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성장세가 느린 이유는 기성교회에 섞여 되도록 비밀리에 교리를 드러내는 점과 매우 지적, 이성적이면서도 신학과 성경해석상 상징적이고 난해한 감을 주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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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보그 사상으로 무장된 한 한인 목회자가 미주 한인교계에서 여러 해 동안 활개쳐도 그를 이단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도 이해가 갈 것이다. 그가 바로 다년간 뉴욕 교계에서 활동하다 현재 캘리포니아 패서디너에 거주하고 있는 L목사다.
- (월간<교회와신앙> 9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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