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설교학자들은 정용섭 목사(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를 ‘설교비평을 본격적인 화두로 등장시킨 인물’로 평가했으나, 성서에 신화적인 요소가 개입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그의 성경관을 문제 삼아 그를 ‘한국교회 강단을 위해서는 위험한 인물’로 평가했다.
![]() |
▲설교학계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정용섭 목사의 설교비평집 1, 2권 표지©뉴스미션 |
설교비평을 본격적인 화두로 등장시킨 설교비평서 <속 빈 설교 꽉찬 설교>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인 ‘한국교회를 위한 설교비평’은, ‘설교비평을 한국교회의 화두로 등장시킨 것이 설교학을 전공한 일단의 학자들이 아니었다’는 설교학자들의 깊이있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특히 지난 연말과 올 초 두 권의 설교비평집을 낸 정용섭 목사의 설교비평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었다.
정용섭 목사가 그간 <기독교사상>에 연재하던 설교비평을 모아 <속 빈 설교 꽉찬 설교>와 <설교와 선동의 사이에서>라는 책을 펴냄으로써 한국교회에 설교비평이라는 장르가 드디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설교학자들의 한결같은 평가였다.
주제 강연을 맡은 정인교 교수(서울신대)는 “놀라운 것은 설교비평을 한국교회의 화두로 등장시킨 것은 설교학을 전공한 일단의 학자들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일차적으로 2001년에 출판된 한종호 목사의 <전병욱 비판적 읽기: 설교비평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가 비판적 비평의 물꼬를 텄다면 설교비평을 본격적인 화두로 등장시킨 것은 정용섭이라는 판넨베르그를 전공한 한 조직신학도”라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많은 설교학자들에 의해 시도된 설교비평이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반면 그의 설교비평집 <속빈 설교 꽉찬 설교>와 <설교와 선동사이에서>는 단기간에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의 설교비평은 적지 않은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에 정 교수는 “설교비평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한국적 현실에서 한 사람의 설교비평에 대해 이러한 뜨거운 찬반양론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는 하나의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발제를 맡은 류응렬 교수(총신대)도 “2006년도에 이르러 한국교회의 설교비평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며 “<속 빈 설교 꽉찬 설교>의 출판은 지금까지 ‘설교비평’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던 사람들 머릿속에 ‘설교비평’을 정당하고도 당연한 하나의 학문분야로 자리매김을 시켜줬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한국교회 설교비평이라는 이름을 제자리에 올려놨다’는 점에서 이 책을, 1971년 미국의 설교학계에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환을 가져온 Fred Craddock의 책
이어 류 교수는 “세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는 2007년 2월 두 번째 설교비평 <설교와 선동 사이에서>를 출간함으로써 한국교회 설교비평이라는 배가 드디어 망망대해를 항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류응렬 교수 “정 목사의 ‘성경관’과 ‘적용에 대한 거부감’이 문제”
현재의 설교비평이 대부분 전문적인 설교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보다 ‘교회사학자’들이나 ‘일반 신학자’들에 주도되기 때문에 성경적인 설교학에 근거, 바람직한 설교비평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날 정용섭 목사의 설교비평에 대한 비평작업을 통해 이뤄졌다.
류응렬 교수는 정영섭 목사의 설교비평에 관한 문제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신구약 성서에 신화적인 요소가 개입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그의 ‘성경관’과 ‘적용에 대한 거부감’이 그것이다.
류 교수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사람의 말이거나 심지어 신화적 요소까지 들어있다면 왜 설교자가 굳이 성경의 텍스트, 즉 하나님의 자기 의지가 들어있는 텍스트에 집중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류 교수는 “평소 한국교회 강단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성경을 다루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에게 과연 성경이란 무엇인가”라며 “발제자처럼 성경을 하나님의 영감된 말씀이요 절대적인 진리로 믿는 사람에게 ‘그는 한국교회 강단을 위해서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정용섭 목사는 그의 설교비평에서 △‘성서의 신화까지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일종의 신화적 심리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성서를 일점 일획도 틀림이 없다고 주장하는 축자영감설은 미숙한 성서 이해다’, △‘신구약성서에 신화적인 요소가 개입해 있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완고한 근본주의자들이 아닌 이상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성서의 이런 진술들은 사실적 언어라기보다는 신화적 언어이기 때문에 우리는 성서에 신화가 개입해 있다는 사실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다’ 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또한 류 교수는 “그의 비평에 있어서의 설교학적 문제는 적용에 대한 거부감에서도 발견된다”며 “정 목사의 주장처럼 ‘적용을 성령의 몫으로 남기는 것’은 일견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무책임한 설교자의 자세를 부추길 뿐”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류 교수는 “성령께서 설교자를 통해 적용하게 하시도록 기회를 드려야 한다”며 “범죄한 다윗을 향해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요’라고 말하는 지적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교 교수 “비평자의 ‘독선적 무례함’이 문제”
정인교 교수는 정용섭 목사 설교비평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비평자의 독선적 무례함’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 목사에 의해 제기된 설교비평의 당위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큰 이의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우려가 잔존하는 것은 그의 비평이 보이는 파격성과 당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몇몇 설교자를 제외하고는 매우 공격적이고 곤혹스런 인격모독형 발언들이 전진 배치돼 있을 뿐 아니라 제목 또한 섬뜩하고, 설교비평 내용은 제목보다 더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정 교수는 “이러한 접근은 설교비평의 본질을 훼손하고 오도할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요소를 함유하고 있다”며 “비평의 기본정신은 ‘대상의 학살이 아닌 살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정 교수는 “설교비평은 회중에 대한 예의까지도 갖춰야 한다”면서 “독선적 태도가 정화되지 않으면 이런 기대는 난망으로 끝나기 마련”이라고 충고했다.
정 목사는 그의 설교비평에서 △‘한국 대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설교는 우스꽝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평범한 대학생인 내 큰 딸에게서 확인한 바지만 그 또래의 청년들에게는 약간 모자란 듯하면서도 열정이 있는 설교가 제격이다’, △‘그는(김서택) 지금 당장 하나님의 심판이 실제로 일어날 것처럼 청중의 심리를 쫓기게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의 설교가 특히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세계관이 미숙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