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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성도(聖徒)와 추도예배 /이광호목사님

baromi 2008. 4. 9. 08:29

성도(聖徒)와 추도예배

(이 글은 전남 여수의 김은숙 성도님의 질문에 대한 답신입니다.)

  

   성도님, 안녕하십니까? 일전에 보내드린 답신은 잘 받으셨는지요? 오늘은 질문하신 내용 가운데 '추도예배'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실생활에 연관된 문제로 매우 민감한 내용일 수 있으므로 잘 이해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한국교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추도예배'라는 용어를 별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용어 자체에 이미 문제가 있습니다. 교회에서 말하는 예배란 오로지 주님께만 순수히 드려지는 성도의 경배일 뿐 '예배'라는 단어 앞에 어떠한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개업예배라든지, 회갑예배라든지 하는 말은 그 자체로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지요. 주님을 예배하는데 다른 사람의 개업을 예배의 중앙에 위치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며 회갑 맞은 자를 특별히 예배의 가운데 둘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예배도중 어떤 일이나 형제로 인해 감사드리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예배가 주된 것이고 그 가운데 감사의 제목을 주께 아뢰는 것과 아예 특정 목적을 두고 예배행위를 이용하는 듯한 것과는 구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추도예배에 관해서는 그 보다 더 큰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죽은 사람의 죽음을 떠올리며 그것을 목적화 한 상태에서의 예배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추도'(追悼)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죽은 이를 생각하며 슬퍼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추도예배란 '죽은 이에 대해 슬퍼하며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라는 말이 되는데 어색하지 않습니까? 추도예배를 드린다고 하는 사람들은 '서운하니까' 그를 기억하며 하나님께 예배드린다든지, 그의 생전의 공적이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념과 더불어 추도예배를 드린다고 하겠지만 말이 안되기는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추도식'이나 '추도예배'라는 말은 아예 없어져야 할 말들입니다. 성도들은 죽은 이를 위해 슬퍼할 이유가 없습니다. 성경에 보면, 구약성경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애곡하는 장례절차에 대해서 나옵니다만 그를 위해 다음 해 그날 하나님께 예배한다는 가르침은 없습니다. 물론 신약성경에도 죽은 이를 위해 기념하거나 추도하여 하나님께 예배한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주님께서는 성도의 죽음에 대해 '잔다'고 표현하셨으며 그것은 슬픔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러할지라도 서운함은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까이 살던 사람이 잠시 먼 지역으로 이사만 가도 서운한 데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은 매우 서운하겠지요? 그러나 그 서운함을 절차나 형식상 예배의 내용자체에 삽입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우리 성도들은 장례식 이후 따라오는 다음 해 그날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경의 여러 가르침들을 종합하여 볼 때, 저의 견해로는 성도의 죽음 이후 한 두 차례 더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결코 죽은 사람을 추도하거나 기념하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쉽게 말씀드려 지난해 장례를 치르며 서운함 가운데 수고했던 일을 기억하며 서로 격려하는 가운데 가지는 산 사람들을 위한 교제의 모임이어야 합니다. 물론 죽은 사람의 생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어느정도 할 수도 있겠지요(이는 그날 뿐 아니라 언제든지 대화 가능한 내용일 것입니다). 그러나 일년 동안 서서히 잊어가며 지내다가 지난해 그 날이 되었다고 해서 새롭게 슬픔을 떠올리며 부산을 떨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저의 견해로는 떡이나 약간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산 사람들의 수고에 대한 격려와 서로간의 교제를 위해서이지요. 여기서 부터는 좀 더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이 때 성도들이 모였으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나눌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소 복잡한 말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죽은 사람을 추도하는 형식의 예배는 결코 아니어야 합니다. 성도들이 모였으니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며 교제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추도예배'라고 이름 붙여진 형식적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목사님을 초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가족끼리 모였으면 그 가운데 말씀에 익숙한 연장자나 말씀에 익숙한 누군가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천국의 소망을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해마다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산 사람들이 지난 해 장례로 인해 수고했으니 서로 교제를 나누는 선에서 정리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만일 해마다 같은 날 모이게 되면 마치 죽은 사람의 죽음이 기준이 되는 듯한 분위기가 되기 십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해를 되풀이하여 그 날 모이려는 데는 그렇게 하는 것이 죽은 자에 대한 도리요 효성의 표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죽은 이에 대한 어떤 도리도 있지 않으며 죽은 이를 위한 효성이라는 말이 없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장례식 이후의 예배모임은 공적(公的)이지 않아야 합니다. '추도예배'라 하게 되면 공적이 됩니다. 소수의 가족들 가운데서도 가족 내부에서 공적이 될 수 있습니다. 공적이 되면 개인의 판단이 우선시 되지 않으므로 가지 않으면 안되는 자리가 되어버리지요. 공적이 되면 도리상 그 모임에 참석해야 하며 특별한 이유없이 불참할 수 없는 자리모임이지요. 그러나 그 날이 공적이지 않다면, 즉 산 사람들의 교제를 위한 것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모임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도리는 아닌 것입니다. 꼭 그날이 아니어도 언제든지 함께 만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성도님이 질문하신 내용 가운데, '돌아가신 교회 목사님'을 위한 공적 추도예배란 잘못된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내용들을 잘 이해하신다 해도 생활에 실천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미 우리 한국교회에는 '신앙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추도예배'라는 말과 의례는 너무 깊이 들어와 있으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해야만 하며 그것을 다른 성도들도 알 수 있게 도와 주어야만 할 것입니다.        

   저의 부족한 답변이 성도님께서 궁금해 하시던 문제에 대한 해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광호 목사

출처 : 양무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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