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중학생에게 핸드폰 필요할까요?
딸아이와 신경전 벌이는 '핸드폰'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딸아이, 사립학교라 그런지 두발단속, 신발, 목양말 등 규제가 심한 편입니다. 머리는 칼라 10cm 이내, 신발은 흰색(약간의 무늬) 양말도 흰색(복사뼈가 덮혀야됨)이여야 합니다. 교복착용에 단정한 모습으로 학교를 다니라는 뜻에서일지 모르겠습니다. 초등 학교 때 신던 신발이나 양말은 동생차지가 되었고 모든 걸 다시 사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가끔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지만, 그래도 딱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건 핸드폰을 학교에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진동을 해 두어도 신경이 쓰이니까 그러는 것 같았고, 공부에만 전념하라는 뜻으로 말입니다.
그것을 이유로 딸아이에게 중학교가면 사 준다고 약속했던 핸드폰을 아직 사 주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아이들 핸드폰을 가지도 있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다 가지고 다닐 것입니다.
딸아이는 다행히 이 엄마의 설득에 여태껏 핸드폰 없이 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여름방학을 지나고 나니 이젠 아예 시위를 벌이고 때까지 씁니다.
"엄마! 핸드폰 사 주시면 안 돼요? 공부 열심히 할게요"
"솔직히 말해 보자. 왜 필요해? 학교도 못 가지고 가는데..."
"학교 갔다 와서 학원 갈 때 필요해요"
"학원 가는데 그게 왜 필요해?"
"밤늦게 오잖아요."
"5분 거리도 안 되고, 가로등 환한데 겁이나?"
"엄마는~ 다른 엄마들은 다 데리러 오는데~오지도 않으면서..."
늘 씩씩한 녀석이 울음을 터뜨려 버립니다.
며칠 전, 개학을 앞두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혹시 따님 연락이 되나요?"
"핸드폰이 없는데..."
"그래요? 연락을 좀 해야 되는데..."
참 난감하였습니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원을 전화를 하니 금방 나갔다고 하고, 연락이 되지 않아 한참을 헤매었습니다. 다행히 다른 학원선생님이 딸아이에게 말을 전해 줘, 친구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가 와 선생님과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 나도 핸드폰 사 줘요. 친구에게 빌려 사용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수신자 부담으로 하잖아!"
"그래도 싫어요!"
얼리고 달래서 아직 사 주지 않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학생들 모두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엄지 족들이 수두룩합니다.
게임을 하는지, 하나같이 핸드폰에 빠져 지내는 걸 보니 공부에도 지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 사 주지 않고 있는데, 이젠 딸아이에게 져야 할 것 같습니다. 사 주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어느 날, 딸아이에게 핸드폰이 꼭 필요한 이유를 세 가지만 말해 보라고 하니,
첫째, 친구들과 연락이 안 되서
둘째, 남들이 다 있는 데 난 없어서
셋째, 어디 갔을 때 엄마에게 연락해야 할 때 남의 핸드폰 빌려야 하니
나의 답은
첫째, 친구들과 놀려 나갈 때 엄마 폰 가져가라 (엄마 폰 구형이라 싫다)
둘째, 남들이 무슨 소용이야 공부에 방해 안 되니 좋지(공부 열심히 할게)
셋째, 연락수단 두절되면 공중전화 사용해라. 친구 폰 수신자 부담으로 하고..
(자존심 상하고 없어 보인다)
언제나 당차고 자기 할 일 잘 알아서 하는 딸아이인데,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였는데, 다른 사람들 다 가진 것 혼자 못 가졌다는 생각을 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고, 또 요즘아이들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사는데 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아직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 들지 않기에 사 주고 싶지가 않습니다. 열심히 하려고 하는 녀석이라 이곳저곳 신경 쓸까봐서 그런다고 하니, 약속한 다네요. 공부에 방해되지 않게 한다고 하면서...
"너희들반에는 핸드폰 없는 애들이 얼마나 되니?"
"거의 다 있죠"
"그래도 없는 애들이 있나 보네.
남들이 다 있다고 나도 있어야 된다는 생각은 가지지 말았음 좋겠다"
"칫~"
초등학생들도 다 가진 핸드폰 사 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에효~ 아직도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여러분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해서 사 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