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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무덤에 장사된 그리스도의 영은 어디에 계셨는가?/이광호목사님

baromi 2008. 2. 7. 20:30

무덤에 장사된 그리스도의 영은 어디에 계셨는가?

- 베드로전서 3:19에 대한 해석 -

(이글은 고신대학교 영문학과 황계하학생의 질문에 대한 이광호목사의 답변입니다.)

황계하 형제, 안녕하세요? 지금 말레이시아에 가 있다니 의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학기에 학교에서 한번도 보이지 않아 어쩐 일인가 생각했습니다. 지난 해, '기독교 교리와 윤리' 시간에 학생이 제출한 두 개의 레포트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장애인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기독교 대학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상당히 구체적인 기술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 내용을 어느정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개인적으로 나와 상당히 가까운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 소중한 나의 친구들이 있거든요. 내가 잘 아는 특수학교가 있는데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 남쪽으로 약 한시간 가량 떨어진 클랭(Klang)이라는 도시에 있는 'Day Spring'이라는 학교입니다. 혹 원하면 그 학교를 소개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외국에 있으면서도 나를 기억하고 질문을 해 주니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학생이 질문한 베드로전서 3:19을 잘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린다면 십자가에 달려 죽어 장사되신 주님의 육신은 무덤에 있었지만 그의 영은 지옥에 내려 가셨습니다. 우리 한국의 교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아해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만 평상시에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성도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지금도 외국의 건전한 교회의 성도들은 그 점을 매우 당연하게 믿고 있습니다.

베드로전서 3:19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옥(prison)에 내려가셨다고 말씀하고 있는데 그 옥은 곧 지옥(地獄)입니다. 성경에는 주님께서 지옥에 내려가셔서 옥에 있는 영들에게 전파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전파하셨다'는 단어의 의미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어를 통해 약간의 설명을 하겠습니다. King James Version이나 New International Version 등에서는 '?전파하셨다'는 단어를 'Preach'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New American Standard Bible에서는 '전파하다''proclaim'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성경원문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전파하셨다'로 번역된 이 단어의 의미가 'proclaim' '선포하셨다'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preach'라 하게 되면 죽은 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는 이렇게 이해하기 때문에 죽은 자를 위한 기도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proclaim'은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저들에게 심판을 선포하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베드로전서 3:19의 말씀은, 지옥에 있는 영들에게 하나님의 아들이 죽음을 통해 죄에 대해 승리하셨음을 선포하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뒤에 따라오는 3:20 말씀의 '노아의 날 불순종하던 자들'에 대한 부분에서는 난해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19절의 말씀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그리고 베드로전서 4:6에는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 라는 말씀이 나오는데 이 구절 역시 조심스럽게 이해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나는 4:6'죽은 자들'이라는 말을 3:19'옥에 있는 영들'과 동일한 맥락에서 해석하지 않습니다. , 3:19'옥에 있는 영들''죽어서 지옥에 가 있는 자들'이라는 말로 이해하며, 4:6'죽은 자들''생명이 끝나고 사망한 자들'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복음을 알지 못해 참 생명이 없는 자들'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다소 복잡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별 무리없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덤에 있을 동안 지옥에 내려 가셨다는 점을 지지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하나 이야기하겠습니다. 그것은 역사 가운데 교회를 인도해오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교회적 고백을 통한 확인입니다. 이제 지상의 건전한 교회들이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도신경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도신경 중에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만에 죽은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 하늘에 오르사......"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이 영어로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Jesus Christ our Lord who) was suffered under Pontius Pilate, was crucified, dead, and buried. [He descended into Hell]. The third day he rose again from the dead. He ascended into heaven......"

여기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영어로 된 사도신경에서 볼 수 있는 [He descended into Hell] 이라는 문구가 한글 사도신경에는 빠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그가 지옥으로 내려가셨다]는 말입니다. 원래 사도신경에는 [그가 지옥으로 내려가셨다]는 말이 들어 있지만 우리말 사도신경에는 그 말이 빠져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여 한국어 사도신경에 이 문구가 빠지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처음 사도신경을 번역한 사람이 실수로 빠뜨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따름입니다.

황계하 형제, 외국에 있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들이 얼마나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지 안타까움으로 바라보기도 할 것이며,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점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지금 고신대학에는 관선이사가 나와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순전한 정치적 이유로 총장님을 부당하게 징계하려는 움직임 마저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레포트에서 학생이 지적했던 내용들이 미리 받아들여졌더라면 지금 학교가 이런 황당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마저 해봅니다. 지금 고신대학교에는 학생들이 붙인 다양한 대자보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는군요. 용감한(?) 황계하 학생이 지금 학교에 있다면 상당한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남모르는 웃음이 흘러나오는군요. 기도 중 고신대학을 기억하기 바라며 건강하게 생활하다가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2003. 4. 28

이광호 목사

출처 : 양무리마을
글쓴이 : gr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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